
고마워요, 당신의 모든 순간
2011.02.28
열세 살에 시작했던 첫사랑의 열병을 스무 살의 절반을 지나고서야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 후로도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고, 마음을 받고, 마음을 떠나 보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징그럽도록 매번 참 오래 걸렸다… 당신을 찾아가기 시작한 건 일년 전 겨울이었다. 당신 앞에서 머뭇거리며 말문을 떼던 부끄럼 많던 내가 봄을, 여름을, 가을을, 그리고 다시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 문턱 앞에서 이제는 익숙해진 얼굴로 익숙하지 않은 마지막을 이야기하려니 또 이렇게 쉽지가 않다, 어김없이 아프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침부터 새벽까지, 당신에게 쓰는 편지에 담는 순간들은 하나도 놓칠 게 없었고, 버릴 것이 없었다. 비록 답장을 받진 못하는 편지였지만, 내 이야기가 당신 옆에서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다면 그것으로 족한, 오히려 내가 더 위로 받았던 시간이었으리라. 세상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없다. 세상에 아무것도 아닌 마음은 없다. 희미해질 뿐, 잊혀지는 것은 아닌 거라고. 조금 늦게 떠올려질 뿐, 생각나지 않는 것은 아닌 거라고. 담고만 있어도, 담겨만 있어도 마음은 그렇게도 전해질 수 있는 것이다. 고마워요, 당신의 모든 순간. 언젠가 다시 당신과 함께 따뜻한 차 한잔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그동안 당신 옆에서 아주 많이 따.뜻.했.습.니.다.
글과 사진 정윤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