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 빨간 아이
2010.09.06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걸 알아차린 건 아마도 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가 아니었을까.
남들 앞에 나서거나 당황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릴 때면
어김없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곤 했다.
특히 여름이 오면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 순식간에 빨갛게 익어
행여 누가 볼까 내내 얼굴을 가리고 다니기 급급했을 만큼
나는 그렇게 여름을 싫어하는 아이로 자라버렸다.
그 증상이 '안면홍조증'이라 불린다는 걸 안 건 최근에 와서다.
단순히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보다 더 쉽게, 더 심하게, 오래 빨개지는데
혈관 수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라 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 나도 모르게 순간순간 붉어질 때마다
마치 빨갛게 잘 익은 사과처럼 보이는 얼굴을 어찌할 줄 몰라
심장은 더 크게 쿵쾅거리며 온몸을 방망이질해댔다.
치료를 하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에 병원으로 달려가 고쳐보려 하지 않는 건
그러고 나면 이 안면홍조증이 내게 만들어준 추억까지
모두 부정해버리는 것만 같아 어쩐지 마음 한쪽이 서늘해져서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 그것이 내게는 특별함이 아닌 불편함으로 자리 잡았지만,
얼굴을 식히려 여름 내내 손목에 묶고 다니던 물에 젖은 손수건과
늘 가지고 다니던 하얀 양산, 빨개지기는 해도 절대 타지 않는 피부와
그리고 어쩐지 이런 나와 닮은 것만 같아 좋아하기 시작한 '빨간 머리 앤'까지,
이 모두가 불편한 내 '고질병'이 선물한 특별한 추억이 되었다.
그래, 불편한 건 불편한 거다.
남들의 시선에 부끄럼 많은 아이가 되어 버렸고
그 덕분에 계절이 바뀌는 때마다 민감해져
지독하게 계절을 타는 아이가 되었다.
그래도 쉽게 달아오르지만 오래도록 가라앉지 않고
마주치는 모든 것에 설레어 하는,
36.5도보다 더 뜨겁고 그만큼 더 강한, 내가 좋다.
작년에도, 올해도, 그리고 내년에도
붉은 여름은 과거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내게 햇살처럼 쏟아져 내릴 테지만
예전보다 더, 어제보다 더 씩씩하게 마주할 것이다.
글과 사진 정윤선










